성희롱의 판단근거는 '피해자의 관점'을 따릅니다.
성희롱 행위자의 의도나 동기가 아니라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꼈다면 그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됩니다.
피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두고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였다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피해자가 직접적인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않았어도
그것이 실제로 원하지 않는 행위였음을 피해자의 언행이나 주변 정황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즉,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사람이 느끼기에 싫어하는 반응을 보였다면 이를 거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성희롱·성폭력에서는 상황과 맥락이 중요합니다.
성적 농담, 행위 등은 우리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고 주고받았는지에 따라
상처와 고통을 주는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손쉽게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야기하거나 성적 매력으로 평가하는데 익숙합니다.
친구와 하는 일상적인 농담 속에도 성적인 요소가 포함되고 그런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을 재치 있고 사회성이 좋은 사람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과 함께 이야기 하는 자리에서 남성이 여성의 신체부위에 대해 이야기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성정체성에 대해 농담 삼아 질문하는 것은 몹시 무례하고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고 기분 나쁜 일일 수 있답니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당사자나 제3자가 불쾌하다는 표현을 쉽게 하기 힘듭니다.
행여 나의 문제제기가 분위기를 망칠까봐, 내가 느끼는 것이 성폭력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되지 않아서, 혹은 나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까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망설이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성폭력적인 상황과 맥락은 묻혀버리곤 합니다.
자신이 ‘상식적’이라는 전제하에서 하는 언행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수치심과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젠더 감수성을 가져야 합니다.